황 야의 건축 이야기

[공간이 만든 공간]을 읽고

황 야 2023. 8. 29. 18:54
반응형

책 [공간이 만든 공간]은 홍익대학교 건축학 전공 유현준 교수가 쓴 책입니다. 유현준 교수는 현재 유튜브 셜록현준 채널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공중파에도 자주 얼굴이 비추며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인문학과 건축을 엮어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가며 건축 관련 전공자는 물론 비전공자인 사람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두터운 팬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공간이 만든 공간]은 유현준 교수가 작성한 책인 만큼 인문학과 연계하여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주된 내용은 다양한 지리적 특성, 그 지리적 특성에서 기인한 다양한 기후, 그로부터 생겨난 문화. 그리고 그 문화로부터 탄생하는 다양한 건축물의 특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공간이 만든 공간]은 비전공자인 분들에게도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도록 쉽고 재밌게 풀어낸 책으로 전공자들에겐 건축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며, 비전공자인 분들에겐 알지 못했던 건축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저는 이번 게시물에서 [공간이 만든 공간]에 대해서 흥미롭게 느낀 부분과 깨달음, 저의 개인적인 생각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목차

1. 빈 공간을 보면 당시의 문화와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2. 최초의 문명 메소포타미아
3. 6000년이라는 영겁의 시간
4. 농업의 방식이 만든 두 개의 문화
5. 서양과 동양 건축의 차이
6. 동서양 건축물 내부의 차이

빈 공간을 보면 당시의 문화와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공간, 빛, 건축, 공간 지각>에서는 건축이 조각과 다른 점은 빈 공간이 존재한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건축물 속 빈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게 합니다. 유현준 교수는 건축물은 한 나라의 문화 결정체로, 건축물은 당시 시대와 사회를 대변한다고 합니다. 건축물이 당시 시대와 사회를 대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건축물의 빈 공간을 만드는 행위는 많은 에너지와 돈이 들어가는 일로, 빈 공간이 구축되는 형식과 모양을 보면 그 공간을 분석하고 이해하며 사람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 설명을 덧붙이자면, "에너지와 돈이 많이 들어가기에 사람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은 당시 문화권 속 같은 가치관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손으로부터 지어지는 건축물이기에 당시의 사람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초의 문명 메소포타미아

최초의 문명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었습니다. 빙하기가 끝나게 되며 풍요로웠던 중동은 사막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건조하고 뜨겁다는 환경적 제약에 생존하기가 어려웠겠지만 오히려 이러한 제약이 최초의 문명을 탄생시켰습니다. 사막화로 인해 물이 부족해지며 강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게 됩니다. 이렇게 인구밀도가 증가하게 되며, 채집 및 수렵을 통해 식량을  인간은 식량 부족을 맞이하게 됩니다. 식량 부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강 주변의 사람들은 원시적 형태의 농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즉, 최초의 문명인 농업 혁명이 시작됩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위치. 출처:&nbsp;wikimedia

이러한 군집생활을 통해 '언어'가 발생하게 되며 집단 지능이 커지게 됩니다. 집단 지능이 커짐에 따라 문명이 자연스레 발생하였습니다. 이처럼 문명 발생의 필수 조건은 인구 밀도가 높은 군집생활 즉, '도시'의 형성입니다.

 

그렇다면 왜 메소포타미아에서 최초의 문명이 발생하였을까요?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 전염병 확산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하지만 건조한 기후는 전염병 확산 가능성이 낮습니다. 물론 전염병 확산 가능성이 낮다고 해서 도시가 형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건조한 기후는 전염병 확산 가능성이 낮은 대신 물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지역은 남북으로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이 흐릅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상류에선 비가 내리고 하루에서 흘러오는 물을 사용하며 건조한 날씨로 전염병 확산 가능성은 낮지만 물은 존재하는 문명 발생에 있어서 천혜의 조건을 지니고 있기에 최초의 문명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6000년이라는 영겁의 시간

최초의 농업은 기원전 9500년경에 발생하였으며, 본격적인 농업의 형태는 기원전 6500년경에 갖추어졌습니다. 그리고 메소포타미아의 우루크는 기원전 3500년경으로 최초의 농업으로부터 도시 형성까지 600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렇다면 왜 최초의 농업으로부터 최초의 도시 형성까지 600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을까요? 유현준 교수는 빙하기가 끝남에 따라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그 이유로 보고 있습니다. 유현준 교수는 해수면 상승은 기원전 5000년경에 멈췄고, 그 이후 1500년간 사람들이 모이며 안정적인 삶이 유지되며 도시가 생성되었을 거라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도시가 생성되며 농업이 발전하고, 잉여 생산물이 발생하였습니다. 잉여 생산물은 곧 부의 축적으로 이어졌으며, 빈부격차는 계급을 생성하게 되었습니다.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더 넓은 땅과 더 많은 인구를 필요로 했는데, 이로 인해 전쟁이 발발하게 됩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국가는 계속해서 사회 조직력이 커지며 세금 징수를 위해 문자가 생성되었으며, 문자를 통해 다른 지역과 다른 시대의 사람들과 교류하게 됩니다. 이는 문명 발달의 가속화를 이끌었으며, 그로 인해 그리스, 인더스, 황하 문명이 발생하게 됩니다.

 

농업의 방식이 만든 두 개의 문화

농업은 크게 벼농사와 밀 농사로 나뉘게 됩니다. 벼농사와 밀 농사는 강수량이 결정하게 되는데요, 계절풍의 영향을 받는(특정 시기에 비가 많이 내리는) 아시아 지역은 벼농사를 짓게 되었으며, 일 년 내내 비가 고루 내리는 대륙의 서쪽은 밀 농사를 짓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벼농사와 밀 농사로 인해서 어떻게 다른 문화가 발생할까요?

이는 재배 방식의 차이에서 기인하게 됩니다. 벼농사는 많은 물을 다뤄야 하기에 물을 저장하는 '보'가 필요했으며, 그에 따라서 토목 공사가 많이 필요했습니다. '보'에 저장된 물을 힘을 합쳐 공동으로 사용해야 했으며 이를 통해 벼농사 문화권은 공동체 의식과 집단의식이 생성되었습니다. 이는 사회주의적 가치관으로 연결됩니다.

밀 농사는 개별적으로 재배하며 협력이 필요 없습니다. 이는 개인주의적 성격으로 연결되며 유럽의 시골 풍경을 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좌 서양의 시골 풍경, 우 동양의 시골 풍경 우측사진 출처: 네이버 블로그 온라인 사진갤러리 

사진과 같이 유럽의 시골 풍경은 자연 속에 띄엄띄엄 오두막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동양의 시골 풍경은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양과 동양 건축의 차이

서양은 강수량이 일 년 내내 일정하다는 특징으로 벽돌과 흙을 이용해서 벽 중심의 건축을 하였습니다. 반면에 동양은 장마철 집중 호우로 특정 시기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특징으로 서양과 같이 벽돌과 흙처럼 무거운 재료로 벽을 구성할 경우 땅이 물러지며 건물이 무너질 수 있어 목재와 같이 가벼운 재료를 이용하여 기둥 중심의 건축을 하였습니다. 목재는 가볍지만 습기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춧돌을 이용하여 땅과 목재 기둥을 분리하고 처마를 길게 뽑아 기둥이 비를 맞지 않게 하였으며 비가 쉽게 지붕을 타고 흘러내릴 수 있도록 지붕의 경사를 급하게 하였습니다.

동양의 전통 건축. 긴 처마와 급한 경사의 지붕, 지면과 목재 기둥을 분리한 주춧돌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Hippopx

 

동서양 건축물 내부의 차이

서양의 건축물을 보면 내부가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는 반면 동양의 건축물의 내부는 자연과 어울리게 담백하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서로 다른 디자인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서양은 벽 중심의 건축을 하며 큰 창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벽이 하중을 받는 구조라 큰 창을 내게 되면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하여 작은 창이 주가 되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건축물의 내부와 건축물의 외부(자연)가 서로 분리가 되었습니다. 내부에서 자연을 바라보지 못하게 되며 내부를 화려하게 장식하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동양의 건축물은 기둥과 지붕 중심의 건축물이었습니다. 벽이 따로 필요하지 않게 되며 건축물의 내부와 외부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습니다. 내부에서 자연을 바라볼 수 있게 되며 내부의 디자인이 자연과 어울릴 수 있도록 담백하게 디자인된 것입니다.

좌 서양 성당의 내부. 우 한옥의 내부 출처: Tripadvisor


[공간이 만든 공간]은 이처럼 문화의 발달과 함께 동서양 건축물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현준 교수는 [공간이 만든 공간]을 통해 건축 전공자들에게는 건축물은 당시 문화와 가치관을 담고 있으며 건축물을 통해 과거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주었으며, 비전공자들에게는 건축물이 단순히 기능으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닌 당시 시대를 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건축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건축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어 매우 도움이 되는 도서였습니다. 

 

반응형